2. 그래선 안 되는 걸 알지만, 아영은 태풍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Translated by Saein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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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선 안 되는 걸 알지만, 아영은 태풍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늘이 깜깜해지고 거리가 텅 비어버리는날이면 말이다. 몰아치는 바람이 단풍 나무의 은녹빛 잎들을 뒤엎고, 떨어진 잎들은 어슴푸레 빛난다.

태풍 예보가 지나가고 경보가 뜰 때면, 자매들은 부엌으로 발길을 옮긴다. 자매들은 부엌 한 켠통조림병이며 밀가루 포대며 상자들이 쌓여 있는 곳에 옹기종기 앉아서는 어머니나 아버지가 이제 나와도된다고 말할 때를 기다린다. 태풍이 올 때는 창문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만 한다. 왜냐하면 태풍이 제일좋아하는 장난은 유리를 부숴대는 것이고, 만약 그런 일이 생길 때 우리가 화장실 창문 바로 밑 욕조에라도앉아있다면, 분명 크게 다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경보 사이렌이 울리면 아영은 착착 대처를 시작한다. 아영은 이미 비상 대처 체계를 만들어 놓았기때문이다. 자매에게는 한명 당 딱 세 개의 장난감이 허용되고, 그 이상은 안 된다. 손전등은 아영이가책임지기로 정해져 있는데, 왜냐하면 동생 희은이는 손전등같은 걸 잘 망가뜨리기 때문이다.희은이는,매번 미안해하면서도, 아영이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들을 가지고 논다. 하지만 아영이가 희은이에게 우리는삶에서 선택을 해야한 한다는 것을 설명해주면, 희은이는 그 말을 따르려 한다. 때로 호주머니에 무언가를숨기려다 들켜버리기도 하지만 말이다.

숨긴 것이 들켜버리면, 희은이는 먼저 아영이의 표정을 살피고, 그 표정이 어떤지에 따라 깔깔거리며웃음을 터트리거나 아니면 눈물을 뚝뚝 흘려버린다. 매번 들켜버리면서도 말이다. 그려면 아영이는 먼저희은이를 조용히 시킨다. 그리고 자매들은 부엌의 살짝 꺼진 바닥에 쪼그려 앉아서, 문을 꼭 닫아버리고,기다린다.

문이 닫히면, 희은이의 인형들이 말하기 시작한다. 인형들은 자주 날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아영이가인형들이 편안히 이야기를 나누도록 조용히 듣고 있을 때면, 희은이가 그녀의 목에 따뜻하고 거친 숨을내뱉는 것을 느끼곤 한다. 만약 전기가 나가지 않는다 해도, 아영이는 꼭 불을 끄고 있어야만 한다고주장한다. 이내 아영은 차에 있을 때처럼 서서히 잠이 오는 것을 느낀다. 가족이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고있을 때 아영은, 희은이와는 다르게, 어딘가에도 도착하지 않고 계속 가고만 있기를 바라곤 한다. 그처럼,아영은 태풍이 올 때면 경보가 끝나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면 언젠가 부엌문이 활짝 열려버릴 것이고,윗쪽 후라이팬이며 냄비며 온갖 번쩍거리는 칼들이 곧바로 떨어질양 흔들리기 시작할 테니까 말이다.그러면 어머니가 들어와서는 희은을 잡아들어 데리고 가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